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파리팡세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파리팡세 :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 2010·03·25 17:56 | HIT : 941 | VOTE : 38
  
 

샹젤리제 거리- 파리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일컫는 곳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17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곳은 벌판과 늪지대에 불과했지만 앙리 4세 때부터 가꿔지기 시작해 오늘날 파리를 상징하는 화려한 곳으로 변했습니다. 그 이름은 글자 그대로 들판이란 샹(Champs)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엘리시온 Elysion, 즉 ‘풍요의 땅’이란 뜻의 엘리제(Elysees)로 ‘낙원의 밭’이란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국가의 수도를 정할 때 풍요로운 밭을 찾고 최적지를 선택해 이루게 된 것임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씨를 뿌리는 곳은 밭입니다. 좋은 알곡과 많은 추수를 기대한다면 좋은 씨앗이 필요하게 되며 기름진 밭이 필요합니다. 그곳에서는 풍요로운 결실을 약속합니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외모는 겉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성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행위의 결과와 그의 말씨, 생각 등에 의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품는 생각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어디에 담겨있는 것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사람을 줄이면 삶이 되고 삶은 삼으로 발음되며 삼각이 상각-생각으로 변이된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생각’이란 마음이 자라난다는 뜻입니다.
마음이란 또 무엇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마음은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성품의 밭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밭에 생각이라는 씨를 뿌리면 그곳으로부터 다종다양한 생각의 결과물들이 결실을 맺어 외양으로 불거져 나오게 마련입니다. 없는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상(假想)’입니다. 요즘 네티즌들이 즐기고 탐닉하는 사이버 공간, ‘가상현실’이 바로 그것입니다. 헛된 생각이 ‘공상(空想)’이며, 그 외에 이치에 맞지 않는 망령된 생각이 ‘망상(妄想)’이며 허상, 몽상, 상상, 추상, 묵상, 환상 등... 이렇듯 생각이라는 씨앗을 마음 밭에 어떻게 뿌리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현상으로 사회의 여러 곳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생각을 한대로 행동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망상을 하면 망상한대로 망령된 행동을 하게 되고 묵상默想을 하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멀티미디어의 위력에 힘입어 많은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사이버 공간에서 했던 생각과 감정이 실제 세상에 그대로 쏟아놓고 연장됩니다. 그것이 테러일 수도, 집단폭행, 마약과 폭주, 몽환적인 것의 탐닉 등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현대사회 구조는 점점 복잡다단해져 가고 해독불가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마음 밭에 뿌린 생각의 결과임은 자명한 일입니다.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로 비유한 사람은 파스칼이었습니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고독하며 지극히 나약한 존재입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나약한 한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라고 그의 명상집 ‘팡세’ Pensées에 기록했던 것은 350여 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과학자, 신학자였으며, 기초 컴퓨터를 고안해 아버지의 회계 일을 도왔고 그것을 실용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는 대학교육을 받기는커녕 학교를 다닌 사실조차 없었습니다. 그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집에서 교육을 받고 스스로 수학과 물리학 언어학을 터득해 갔습니다. 그가 남긴 업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업적을 쌓고 이루기 위해 그가 오래 살았을까요? 39세의 일기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실로 업적이란 장수를 요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바른 마음과 창의적인 생각 그리고 깊은 신앙심을 마음의 밭에 뿌렸던 사람이었습니다.
파스칼의 ‘생각’은 그 이후 200여 년 뒤 프랑스 조각가 로뎅에 의해 조각으로 태어났습니다. 이 조각은 1880년 프랑스 정부가 국립장식미술관 출입문에 세울 조각을 의뢰했을 때 로뎅이 즐겨 읽던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소재를 얻어 ‘지옥의 문’을 제작할 구상을 하고 그 문의 중앙 위 난간에 설치할 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게 됩니다.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은 지상을 내려다보면서 명상에 잠겨 있는 단테를 상징하였던 상으로 원래는 '시인(詩人)'이라는 제목을 붙일 예정이었으나, 주조가들이 마음대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불러 그 뒤 그대로 통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888년에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은 <지옥의 문>과는 독립된 작품으로서 크게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서 깊은 철학적 사고나, 아니면 어떤 예술품으로서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테가 지옥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뇌하는 한 사람을 작품화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아비규환 그 지옥의 모습 말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마음의 밭에 무슨 생각의 씨앗을 흩뿌리고 살아가는지 생각에 잠겨봐야만 합니다. 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글․그림: 정택영(화가) greatar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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